송영춘목사님의 로뎀나무칼럼(201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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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형종 목사 작성일19-12-29 14:01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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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만만하다고 느꼈을 때,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을 때, 모든 일에 거칠 것이 없었을 그 때 그 시절에 내 아버지가 미웠었다.

 

남의 부탁은 그렇게도 잘 들어주고 발 벗고 나서는 내 아버지가 내가 말하고 부탁하는 것에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전혀 빌려주지 않는 것이다.

 

니가 알아서 해.”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같이 하자는 것도 아닌데.. 그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 좀 빌려 쓰게 해달라는 것인데 그 때마다 거절당할 때는 저 사람 분명 내 친아버지가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린 시절 얘네 아버지가 송재호야.”라는 말이 싫었다. 먼저 내 아버지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사람들이 싫었고 그렇게 불리는 내 아버지가 싫었다.

 

그리고 내 이름 대신 송재호 아들로 불리는 내가 정말 싫었다. 그 소리가 싫어 놀러 간 친구 집에서 부모가 보는 앞에서 친구를 두들겨 패기도 했고, “그 녀석 참 똑똑하게 생겼다.”고 쓰다듬는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기도 했다. 언제나 따라다니던 송재호 아들이 내 족쇄가 됐고 그 족쇄를 풀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고 방황도 했다.

 

목사가 되고도 송재호 장로 아들 송영춘 목사가 모질게도 쫓아다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옛날만큼 밉지도 않고, 싫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어떤 때는 그 관계의 설명만으로 영향력을 줄 때가 있다. 우리교회 주보만 봐도 그 영향력을 빌어 쓰고 있으니 말이다.(비록 주보를 기획해준 분의 의도지만) 이제 생각해보면 그토록 밉고 싫었던 내 이름을 대신한 서술어가 의도와는 상관없이 많은 영향력을 나에게 베풀었던 것 같다.

 

옆자리에 앉은 녀석의 손은 가만히 잡을 때 가끔 이유없이 뿌듯하고 믿음직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녀석의 누나들의 손은 잡았을 때보다 녀석의 손이 더 두툼하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남아선호를 주장하는 사람은 아닌데 이상하다.

 

가끔 녀석이 잘 풀리지 않는 퍼즐이나 레고를 가지고 와 도와 달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냥 해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내 녀석이 그것도 못하냐,니가 알아서 해 봐.” 잔뜩 뿔이 나서돌아서는 녀석의 사랑스러운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한다.

 

! 말수 적으신 내 아버지는 사내 녀석이 그것도 못하냐?”는 말을 내게 안했었구나

                            

 

참조 1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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