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춘목사님의 로뎀나무칼럼(202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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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효정 작성일20-06-07 12:47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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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가죽, 사람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동생을 먼저 보낸 슬픔에 힘들어하시던 큰 이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남은 자매들의 합의로 외할머니 산소를 개장하고 유골을 수목장으로 하기로 했다는 전화였다.
남자 형제 없으니 조상 묘 돌볼 사람 없고, 이모들은 연로하니 이 참에 외할머니 산소를 없애기로 했다는 것이다.
외할머니께는 내가 첫 손주, 큰 손주였고 그 만큼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터라 나에게 만큼은 먼저 알려야 할 것 같다는 큰 이모의 목소리는 왠지 쓸쓸하고 힘없게 들렸다.
윤년에 윤달이라 조상 묘에 손을 대는 사람들이 많기에 언제 순서가 돌아올지 몰라 신청부터 해놓겠다더니 지난 월요일이 그 날이라는 연락에 급하게 부산으로 향했다.
내게는 부모의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한 할머니다. 어쩌면 부모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주셨던 할머니다. 부산에 계셔 방학 때만 볼 수 있는 나를 달력에 표시를 하며 기다렸던 할머니다.
너무 일찍, 내가 중학교 때 돌아가신 할머니 산소를 대학입학 때, 친구들과 놀다가도, 문득 할머니가 생각 날 때, 장가를 들 때도 찾았었다…
관리 소장을 만나 일정을 협의하고 밀렸던 일정을 그나마 조금 앞당겼다.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 온갖 생각들과 기억들이 교차하며 스치듯 지나간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개장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순간 약간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할머니 묘를 개장하면 어떤 모습이고 그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물론 그 의미는 충분히 안다. 그러나 남긴 이름이 묘비의 그것뿐이라면 ‘그 인생은 아무 의미 없는 인생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인생에 따라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알고 있는 위인의 인생도 있겠지만,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 하더라도 나름 자신이 인생을 충실히 살다간 아름다운 인생도 있지 않겠는가..
할머니 유골을 수습하고 수목장을 지내며 생각했다.
성경은 진리가 확실하다. 이 번에 내게 다시 확인시켜 주셨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흙을 남긴다.’ 그래 사람은, 인생은 모두가 흙으로 돌아간다.
“너희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창3:19)
영세명 ‘마리아’인 할머니는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씀대로 ‘흙으로 돌아갔으니’
훗 날에는 “먼저 일어나는 자”(살전4:16)로 만나기를 기도했다.
멀쩡하던 코가 ‘할머니가 목사 손주를 참 자랑스러워하시겠다’는 큰 이모의 말에 갑자기 아파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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