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춘목사님 로뎀나무칼럼(2017.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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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9-27 14:3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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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춘목사님 로뎀나무칼럼(2017.08.13)

​오늘도 어김없이 먼저 눈길이 간다. 직원이 눈치챌까 얼른 눈길을 돌린다.


언제부터인가 식당의 메뉴판을 보면 나오는 습관이다. 음식의 종류를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먼저 보는 것이다. 대부분 음식의 종류를 고르고 가격을 볼 텐데 나는 반대로 가격을 먼저보고 음식의 종류를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청렴의 아이콘이라서가 아니다. 또 비싸다고 해서 못 시키는 것도 아니다. (비싸다고 생각되는 음식은 망설이다 결국 다른 음식을 시키는 일이 많지만) 그런데 음식의 가격을 먼저 보는 습관이 몸에 베버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또 하나의 습관이 있다. 비싸다고 생각되는 음식(주로 팔천 원까지는 괜찮은데 그 이상일 때, 특히 만 원이 넘어갈 때)을 주문을 하고는 속으로 기도하는 습관이다. ‘하나님, 내 입이 너무 호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생각해도 내가 청렴의 아이콘이라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구두쇠거나 돈을 쓸 줄 몰라서도 아니다. 왜 그런 습관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다.

 
남겨진 음식을 보면 언제나 생각나는 장면이 하나 있다. 이 기억은 아마도 평생을 갈 것 같다. 몇 해 전 북한의 실상을 다룬 TV프로그램에서 본 장면인데 흔히 북한에서 꽃제비라고 불리는 떠돌이 아이가 시장 진흙바닥에 떨어진 밥알들을 주워먹던 모습이 그것이다. 지금도 그 장면을 떠 올리면 코가 아파온다. 밥알 몇 알이 허기진 배를 채워 줄리 만무하겠지만 그것이라도 먹어볼 요량으로 쪼그리고 앉아 주워 먹는 모습이 마음으로 전달되기도 전에 기억에 각인되어 버렸다.


‘하나님 왜 이러십니까?’ 우리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힘들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을 만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질문이다. ‘왜 이러십니까?’ “이자의 죄 때문입니까. 부모의 죄 때문입니까?” 나면서부터 소경 된 자를 만난 제자들이 예수께 던진 질문이다. 그 때 예수님이 이렇게 대답하셨다. “누구의 죄도 아닌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함이다.” 그리고 그 소경의 눈을 뜨게 해주셨다.


또 하나의 기억이 있다. 거의 십 년이 다 되어가는 기억이다. 무엇을 사기 위해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곳에 가면 싸다는 생각에 서울 청계천에 갔다. 아내와 물건을 사고 차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허름하여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이 배달음식 쟁반을 내놓은 가게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먹다 남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은 돈을 주고 음식을 먹고 어떤 사람은 그 돈이 없어 먹다 남은 음식을 먹는다. 그런데 주님은 이 두 사람 모두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신 것이 아닌가?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나치지 못하고 돌아서서 주머니에 있던 만 몇 천원 모두를 손에 쥐어주었다. 따뜻한 밥 사먹으라는 말도 덧붙이고… ‘혹시 술 먹으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거기까지는 생각 않기로 하고 돌아섰다. 그래, 아마도 그 때부터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메뉴판에 가격을 먼저 보는 습관이 생겼던 것 같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함이다.” 아빠 아버지 부탁인데 좀더 빨리 나타내시면 안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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