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춘목사님의 로뎀나무칼럼(2018.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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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tewardship 작성일18-03-28 11:5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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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춘목사님의 로뎀나무칼럼(2018.3.11)

 

참 이때는 내 아버지도 젊었구나

 

이삿짐을 꾸리다 먼지 쌓인 서랍장에서 내 아버지의 중, 고등학교, 대학 때의 학생증을 발견했다. ‘아버지도 참 이런 걸 뭐 하러 아직 가지고 있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70년 가까이 자신의 학생증을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허긴 몇 년 전까지 내 입영통지서와 입대 전날 내 머리를 깎았던 바리깡을 보관하고 있던 아버지다. 그 때도 뭐 하러 이런 것 아직 보관하고 있냐.”라고 핀잔하고 갖다 버린 기억이 있다. (참 아버지도 돈을 이렇게 모았으면 초 일류 갑부가 돼 있을 텐데..) 생각하고는 학생증 속의 내 아버지의 어린 시절 모습을 봤다. 참 젊고 예쁘다. 그 사진 속의 눈은 초롱 빛나고 있다. ! 이때는 내 아버지가 젊었다. 그리고 못지않게 꿈도 많았겠다.

 

며칠 전 오랜 세월 함께 한 선배로부터 안부 전화가 왔다. 공무원 정년퇴직하고도 자신의 전직을 살려 마사회 수사관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다. 이런저런 안부를 주고받다가막내 많이 컸겠다. 올해 몇 살이니?”“응 올해 2학년이야”“..” 내 대답에 잠시 쉬었다가 참 세월 빠르다. 벌써 2학년이구나..”우리가 나이 먹어 가는 것이 놀라운지, 벌써 2학년이라는 것이 놀라운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래 벌써 2학년이다

 

세월은 거침없이 흐른다. 아니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것 같다. 마치 탁류의 흐름같이. 매일이 일상이다 보니 아무 흔적 없이 휩쓸려 세월만 가는 것 같다. 인생이 세월에 휩쓸려 가는 것인지 아니면 인생에 세월이 맡겨지는 것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단지 빛바랜 사진만 인생에 세월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 같다.

 

훗날 내 아들이 나를 대신해서 짐을 꾸려주다, 제 아비의 빛바랜 사진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내 아버지가 이때는 참 젊었었구나생각하겠지.. 그리고 다음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렇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이때는 내 아버지가 참 꿈도 많았겠구나, 그래도 꿈으로 끝나지 않은 것 같아 참 좋다그래 그렇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탁류에 휩쓸리는 세월이 아니라, 한 장 한 장 내 인생을 쓸 수 있는 세월을 가져야겠다.

 

다음 주에 또 아버지 집에 이삿짐을 꾸리러 가야 한다. 그리고 정리하다 만 사진을 마저 정리해야 한다. 그때 또 다시 내 아버지 빛바랜 사진을 발견하면 다시 생각해야겠다. ‘아버지가 이때는 참 젊었구나.. 그리고 꿈도 많았겠구나혹시 내 아버지가 이때 품은 꿈을 다 이루지 못했다면, 내가 그 꿈을 좀먹은 것은 아닐까?’한 번은 생각해봐야겠다.

 

사진을 정리하다. 30여 년 전 여동생과 찍은 가게 홍보 사진을 발견했다. “오빠 이때 번 그 많은 돈 다 뭐 했어?” 나는 그저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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