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춘목사님의 로뎀나무칼럼(202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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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형종 목사 작성일20-03-15 13:44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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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내게는 좋지 않은 마음이 있다. 좋지 않은 마음이 내게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하이패스가 처음 나왔을 무렵인 것 같다. 일반차로에 서있는 차들을 보면서 하이패스차로로 멈추지 않고 달렸을 때, 내게 나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찌나 통쾌하던지… 일반 차로에 줄지어 서있는 차가 많으면 많을수록 왠지 모를 승리감에 도취됐다. 저 멀리서부터 요금을 내기 위해 차들이 줄지어 서있는 것을 볼 때면 환호마저 나온다. 어떤 때, 일반 차로에 차가 없어 하이패스차로와 매한가지일 때는 싱겁고 서운하기까지 하다.
내게는 사람들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좋지 않은 마음이 있다.
얼마전부터 서울을 나갈 때는 차를 두고 지하철을 탄다. 성복역에서 약 30분이면 강남역에 내린다. 지하철이 편하다는 것을 요즘 깨달았다. 목적지에 가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을 하면서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든지, 잠을 자든지, 도착해서 가야 할 곳의 사정을 인터넷으로 미리 살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냉방이 너무 세다 싶어 겉옷을 준비하는 센스도 생겼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하철이 즐거운 것은 요금이 무료이기 때문이다. 국가유공자인 나는 좌석버스를 제외한 모든 대중교통을 무료로 탈 수 있는 패스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나의 나쁜 마음은 어김없이 발동한다. 패스를 개찰구에 대면 무료라는 글귀가 쓰여있는 것을 볼 때 왠지 으쓱하다. 바쁘게 지나는 사람들이 알고 싶은 일도 아닐텐데 한번 봐 줬으면 한다. ‘공짜면 양잿물도 좋다한다.’는 말처럼 하루종일 지하철을 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니, 어떤 때는 지하철 요금이 확 올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내게는 정말 남들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운 좋지 않은 마음이 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나의 마음에 이율배반적인 마음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언제나 내가 믿는 신에 관한 일을 할 때면 그렇다. 예수님의 일을 할 때면 그렇다. 그분에 관한 일을 할 때면, 항상 준비되어 있는 것 같은 내 나쁜 마음에, 내가 생각해도 ‘좋은 마음’이라 생각되는 마음이 생긴다. 그 때는 내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마치 내가 상대하고 있는 이의 마음이 내 마음에 있는 것 같다. 그 때는 상대의 입장이 왜 그렇게도 잘 이해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 때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항상 이런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그 때는 하이패스 차로가 오히려 붐벼도 화나지 않을 것 같고, 지하철 요금이 오르지 말아야 할 텐데라는 마음이 생길 것 같다. 그래서 그 때는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반갑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감사하다. 그 때는 참 좋다. 그래서 계속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진다. 그 때는 시간도 너무 빨리 간다.
이 마음 참 좋은데 더 이상 뭐라 표현 할 방법이 없다…
170702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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