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춘목사님의 로뎀나무칼럼(2020.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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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효정 작성일20-06-14 12:5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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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의 경험

며칠 전의 일이다.

일주일에 두, 세 번은 반드시 탄천변을 라이딩 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막내 녀석과 집을 나섰다. 정확한 거리는 알 수 없지만 탄천변을 달려 분당서울대병원까지의 왕복 거리는 제법 운동이라 할 수 있는 거리다. 선선한 봄, 가을에도 땀이 흥건할 정도이고 별다른 하체운동 없는 나에게도 허벅지의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니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그 날도 역시 헬멧에 안전 장구를 하고 내가 앞서거니, 녀석이 앞서거니 서로 견제하듯 탄천변으로 들어섰다. 조금 달리자 녀석이 앞서 나가고 그 뒷 모습에 흐뭇해 하는 사이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들 녀석이 마주 오던 자전거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만 것이다. 아차 싶었다.

그런데 녀석의 사고에 놀란 나의 눈을 의심하게 하는 광경에 순간,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아들 녀석과 충돌한 상대가 나뒹구는 어린 아이는 돌보지 않고 자신의 자전거를 살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떤 상황이라도 정확하게 판단하고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자부하던 내가 그 상황만큼은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맞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순간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아들의 사고보다는 펼쳐진 상황이 넋을 놓게 했다. 유체 이탈을 경험했다.

아니 선생님 아무리 자전거가 중하더라도 아이가 쓰러졌으면 아이부터 돌보는 것이 우선아닙니까?” 내 나이쯤 돼 보이는 상대에게 따져 물었다. 아들 아이를 보니 눈에 뛰는 외상은 무릎이 까진 것 외에는 없는 듯 했다. 얼버무리는 상대를 뒤로하고 각자의 길을 가다 이대로는 안되겠다싶어 가던 길을 되돌려 조금 전 사고의 당사자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제차 아이에게 사과해달라, 어른으로써 바르지 못한 당신의 행동에 아이가 무엇을 보고, 어떤 상처를 받았겠는가???’

잠시 후 또 한번 놀라운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아들의 이름을 물은 그가 효진아 너의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아저씨가 잘 못한 것 같은데 너의 아빠의 요구가 그러니 내가 잘못했다고 할께미안하다     ~~ 이러고 더 있다가는 사고 칠 것 같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다.

그에게 전화 번호를 묻고는 당신하고 더 이상 있다가는 내가 견딜 수 없을 것 같으니 내일까지 생각해보고 다시 통화하자하고 헤어졌다.

도무지 세상이 미처 돌아가는 것 같다….’

다음 날 여덟 시가 조금 넘는 이른 아침에 발신자 이름에 자전거 사고 당사자라는 이름의 전화가 왔다.

선생님 지난 밤 잠을 한 숨도 못 잤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효진 군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전해주십시요, 어른답지 못한 아저씨가 바르지 못한 행동을 했다고 미안하다고 전해 주십시요.”   상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다 못해 눈물을 참는 듯이 들렸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은행을 정년 퇴직하고 조금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선생님 자신이 변한 것도 모르고 살던 제게 스스로를 깨우치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진심입니다.”

벌써부터 뜨거운 창 밖의 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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